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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행정의 발달과 직업공무원제

by pastlie 2025. 2. 6.

 인사행정은 시대적 상황이나 국가의 이념 및 국가 발전의 수준에 따라 그 기준과 중요성이 달라진다. 절대군주국가 시대의 관료는 군주의 사용인이었다. 이들은 군주를 위해 충성을 바치는 반면에 일반 백성에게는 지배자로서의 특권을 지니는 신분을 유지했다. 또한 당시의 관료는 엄격한 복무규율의 구속을 받는 대신 신분은 철저하게 보장받았다.

 그러나 절대군주국가가 민주주의 이념의 발달과 더불어 입헌군주국가로 바뀌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함에 따라서 관료의 지위와 신분도 변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변화의 시작은 의회의 구성이었다. 17세기 시민사회로 접어들게 되면서 중산층이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이들에 의해 구성된 의회는 행정권을 대표하는 군주와 대립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른바 입헌군주 국가 시대에 의회는 군주가 가졌던 관료의 지배권을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게 되었다. 이 때 관료는 의회에서 다수당을 형성한 정당의 사용인으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정당의 사용인으로서의 관료는 엽관주의 인사행정의 기초를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생각과 함께 당시 행정 업무가 단순했던 것으로 인해 엽관주의는 상당 기간 지지를 받는 인사행정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산업혁명 이후 현대 국가가 등장하면서 인사행정의 방향도 능력과 실적을 강조하는 실적주의로 바뀌게 되었다. 집권당의 교체에 따라 공무원이 교체되는 엽관주의적 인사행정으로는 날로 다양해지는 행정 기능을 계속성을 가지고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국가의 공무원은 군주나 특정 정당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공봉사자라는 인식이 늘어났다.

 민주주의 국가는 공직에서 일생 동안 근무하도록 하는 직업공무원제가 있다. 오늘날 직업공무원제는 대체로 실적주의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직업공무원제는 실적주의와는 제도적으로 구별된다. 직업공무원제가 계급제와 폐쇄형 공무원제 그리고 일반행정가주의를 지향하는 데 반해, 실적주의 인사제도는 직위 분류제와 개방형 공무원제 및 전문가주의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공무원제는 절대군주국가 시대부터 조금씩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절대군주국가는 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통일국가 체제를 유지 하기 위해 강력하고 대규모적인 상비군을 키워야  했으며, 상비군을 유지하기 위한 물적 자원 조달을 담당할 관료 조직을 만들어야 했다. 그에 따라 대규모적인 관료조직을 정비하고 관리하기 위해 직업공무원제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당시 관료제는 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중앙접권적인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관료는 근대적 성격의 임용제도에 의해 충원되었다. 그리고 관료에게는 엄격한 복무규율이 요구되는 대신 관료로서의 특권과 신분이 보장되었다.

 직업공무원제를 올바르게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공직에 대한 높은 사회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이는 공직이 권력행사 및 지위에 의한 편익 때문에 사회적 선호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공직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명예롭고 긍지를 지닐 수 있는 직업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젊은 사람이 채용 되어야 한다. 학교를 갓 졸업한 유능한 젊은 사람이 공무원으로 채용되어 실적에 따라 높은 상위 직책까지 일생을 근무하면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승진, 전보, 훈련 등을 통한 능력 발전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승진이나 배치 전환 등의 내부임용이 체계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훈련 등의 능력발전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넷째, 보수가 적정해야 한다. 보수의 기준은 능력급, 생활급 등이 있으나 민간부문과 대비할 때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적절한 연금제도가 확립되어 재직 중 안심하고 공직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장기적인 시각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력계획이 수립되어 유능한 사람을 적시에 공급하고 무능한 자는 퇴직시키는 인력의 수요 공급을 위한 정원관리 방안 등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직업공무원는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가진다. 장점을 정리하면, 직업공무원제는 공직에의 장기 근무를 격려하기 때문에 공직을 하나의 전문직업 분야로 확립하는 데 유리하며,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일체감이 강화됨으로써 높은 수준의 봉사정신과 행동규범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행정의 계속 성과 인정성 및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정책결정 및 행정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고급 공무원의 양성에 유리하다.

 그러나 직업공무원의 단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폐쇄적 임용으로 인해 공직 분위기를 침체시키고 공무원집단의 관료주의화를 촉진한다. 공무원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고, 공무원에 대한 신분 보장으로 공무원집단이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사안일에 빠지거나 변화에 저항적인 관료적 병리적 현상을 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행정가의 양성을 저해함으로써 행정의 전문화 요구에 역행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전통적인 직업공무원제를 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개혁대상으로 규정하고, 직업공무원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개혁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방형 제도와 계약제 임용제도를 도입하고 직위분류 구조와 보직 경로를 세분하는 등 미국식 직위분류제와 개방형 공무원제 및 전문가주의의 특성을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직위분류제에 의존해온 미국은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도입을 통해 계급제나 폐쇄형 공무원제 및 일반행정가주의에 입각한 직업공무원제의 장점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